이 글은 지난 해 10월 중순경, 그동안 출간했던 페이스북 관련 종이책들에서 지면과 표현의 제약을 감안하여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온라인이나 이북을 통해서 스토리 방식으로 전개하는 책을 내 보고자 썼던 초고 원고입니다.
11월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만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E-BOOK으로라도 출간되어 나왔을 지 모르는 글인데, 시국의 엄중함에 묻혀서 스스로 더 이상 원고 쓰기를 멈추어버린 덕분에 제 PC 한 구석에서 6개월 넘게 고이 잠을 자게 되어 버린 미출간 원고인 셈입니다.
오늘 문득, 12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는 페이스북 주커버그의 하버드대 졸업 기념사 번역 글 하나를 읽다가 불현듯, “뭔가 행동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이 글을 수정 없이 공유하고 싶어졌습니다.
원고가 필요한 분은 댓글로 이메일 주소 남겨 주시면 공유 링크 보내드리겠습니다.
================================================================
종이책으로 다 못한 페이스북 이야기_1권_초고
[프롤로그]
종이책으로 못 다한 이야기들
지 못 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킨 것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안도하고 안타까와한다.
또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그리고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기뻐하고 후회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남들에게 드러내길 주저하고 망설인다.
행여 누가 보진 않을까, 뭐라고 하진 않을까, 내 말이나 행동이 누군가에게 폐가 되거나 해를 끼치게 되진 않을까?
그래서일까, 전 세계인이 함께 쓰는 공개 일기장이 생겼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의 하루를 쉽사리 드러내지 못한다.
하물며 진솔한 일상과 깊은 속내를 숨김 없이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용기가 필요하다.
[페이스북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2010년 광복절 무렵에 나온, 한글로 된 첫 페이스북 해설서의 제목이다.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이 공저로 펴낸 이 책의 출간으로 인생의 행로가 크게 바뀌었다.
마치 오래 전에 예정된 길이었던 것처럼.
2011년 [페이스북 비즈니스],
2012년 [100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만들기]를 내고 4년이 흐른 올 봄,
페이스북 시리즈의 끝이라 할 [백만 방문자와 소통하는 페이스북 마케팅]을 펴냈다.
지난 6년에 걸쳐 페이스북에 관한 책만 4권을 내면서 든 생각은 ‘이제 할 만큼 했지’였다.
페이스북 히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비즈니스 페이지 활용법, 거기에 마케팅과 광고까지 다루었으니, 이제는 페이스북에 대해 굳이 더 다룰 주제도, 더 언급할 내용도 없지 싶었다.
너무나 빨리 업데이트되어 생명력이 6개월 1년을 버티기도 힘든 종이책들을 내는 게 한편으로 힘들고 지치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이 끝이라 맘 속으로 몇 번을 선언했다.
결심은 그랬지만, 마음 한 구석이 웬지 모르게 허전하고 아쉬웠다.
잡스와 히딩크의 말이 떠올랐다.
“스테이 헝그리!”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
페이스북 책을 네 권이나 내고 이제는 마침표를 찍자고 스스로 다짐했건만 나는 내 안에서 여전히 배 고픈 모습을 보았다. 이 허기의 뿌리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고민 끝에 이 책을 쓰기로 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종이책은 버리자.
누구랑 함께 이름을 걸고 ‘공저’로 쓰는 데 따르는 제약도 벗어 버리자.
책을 누군가와 공저로 쓰면 가장 큰 이점은 빨리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필자들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 판매 부수를 늘리기도 용이하다.
하지만 함께 쓰는 이들의 이름과 평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적인 경험담이나 개인적인 스토리를 넣기가 어렵다. 혼자가 아닌 공동의 책이기 때문에 말투나 문체도 내키는 대로 편하게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전체 저자들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종이책은 분명 장점이 많다.
으뜸은, 눈에 드러나는 실체가 있기에 진짜 ‘책다워’ 보인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인증을 받는 데 실물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래서인지, 저자로서의 ‘브랜딩 효과’는 종이책이 아니면 쉽사리 생기지 않는다.
반면 단점도 많다.
무엇보다 인쇄되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무리 편집, 인쇄 기술이 전자화되고 빨라졌다 해도 탈고 후 출판사의 교정 교열 및 디자인 작업 등을 거치다보면 출간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여전히 두 달 이상이 걸린다.
두고 두고 변함 없이 읽힐 내용이라면 두어 달의 기다림이 별 문제가 안될 수 있지만, 하루 일주일이 멀다하고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웹 서비스 인터페이스나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편집 인쇄는 커녕 퇴고한 원고를 넘기기가 무섭게 서비스 화면이 업데이트되어 뒤바뀌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제일 큰 문제는 일단 인쇄를 마치고 출간해버리고 나면 더이상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오표를 뿌리고, 무슨 짓을 해도 이미 바뀌어버린 서비스 화면을 수정해 줄 방법은 없다.
아마도, 제본된 형태의 물리적 실체를 갖는 아날로그 출판물들이 더 가치있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수정 불가성’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대안은 없을까?
있다. 디지털 출판, 바로 e-Book이다.
물론, e-Book 또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쉽고 빠른 출판이 가능하다. 아침에 써서 밤에 출판하는 게 가능하다.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의 손을 빌지 않고 스스로 혼자서 출판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용이 바뀌면 수정 변경하여 업데이트 출판도 가능하다.
반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전자책을 온전한 책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책을 쓰는 이유가 인세 수입보다는 개인의 전문성을 드러내어 ‘브랜딩’ 효과를 기대하는 때문인지, 실물 없는 전자책에 대해서는 가치 평가를 온전히 해주지 않는 경향이 여전하다.
출판사 문턱도 넘지 못한 책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만한 전문 수준이라 볼 수 있겠냐는 무언의 반론과 ‘평가 절하’가 은연 중 깔려 있는 것이다.
출판사의 ‘본전 뽑기’나 돈 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좋은 콘텐츠가 사장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의 다변화와 다양화로 인해, 각계 각층 개인들의 독특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다른 누군가에겐 얼마든지 의미있는 정보나 지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리는 책”이 될만한 시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섣부른 판단으로 출판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가 숱한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 책은 e-Book으로 펴내기로 했다.
개인 브랜딩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니 종이책이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혼자서 쓰기로 했으니 말투는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나 경험을 전하는 데 다른 사람 눈치 볼 이유가 없다.
글 쓰는 중에 바뀌는 내용이 생기면 그때 그때 수정하거나 첨부하면 그만이다.
독자와의 지속적인 쌍방향 대화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6년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게 된 인연들과, 그 사이 겪었던 에피소드와 소소한 사연들,
공저자 명의로는 다 전할 수 없었던 사적인 경험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나만이 고민하고 풀어보려 노력해온 문제의식들을
다른 저자나 출판사의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맘 편히 있는 그대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고 시도이다.
어쩌면, 이 책이 내가 쓰는 진짜 마지막 페이스북 책이 될 것같은 예감이다.
책의 모습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뀔지라도 예나 지금이나 고전의 말씀은 변치 않을 터.
이 새로운 도전의 길에 함께 해줄 독자 친구들이 생긴다면 참 반갑고 기쁘겠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아”라,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2016년 10월 하루에…
얼숲지기 최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