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논현역 인근에서 열린 한 디지털 마케팅 세미나 행사에 참석했더랬습니다. 두 시간 남짓 일선 현업에 계신 다섯 분의 패널 토의자를 모시고, 국내 유튜브의 현 주소와 미래, 특히 마케팅적 관점에서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열띤 의견이 오갔습니다.

마침, 유튜브와 관련된 새책의 원고를 탈고하는 즈음이라, 꼭 들어보고 싶어서 함께 참석했더랬는데… 나름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련 행사 참가 포스트는 아래 링크해 드릴 터이니, 댓글 요약을 읽어보시기 바라구요.
>> https://www.facebook.com/letsgo99/posts/10219978692606299

페이스북_포스트캡쳐_유튜브세미나

아래 첨부하는 글은, 이번에 새로 쓰고 있는 책의 원고 중 일부입니다.
작금 요란하게 확산되고 있는 유튜브 현상에 대해, 특히 수익 관점에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추정과 추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리해본 대목인데요.
원고 검수 차원에서 미리 공개하고, 관련자 분들의 피드백 코멘트를 들어보았으면 합니다.
혹시, 제가 거론한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수치가 어긋난 부분들이 있어 보이면 언제든 댓글이나 개인 메시지로 의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튜브 현상’의 한계는 무엇이고, 어디까지 갈까

그렇다면, 유튜브의 이같은 성장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지금같은 유튜브의 인기가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튜브 수익을 통해 먹고 살 수 있을만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까요?

▪ 벤처 버블과 비트코인의 신화가 유튜브 환상으로!

비트코인 열풍을 타고 가상화폐에 투자된 자금 수십 조가 발이 묶여버려서, 정작 사회적으로 요긴한 블록체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들이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 옵니다.

벤처 버블 시대의 바이오주가 그랬고, 블록체인 시대의 비트코인이 그랬던 것처럼, 동영상 시대의 선두 마차를 유튜브주가 화려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동영상 구글’이라 부를만한 ‘콘텐츠 공룡’ 하나가 새로 생겨나는 것으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동영상 또한 콘텐츠의 일종입니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한편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있고, 다른 한편에 그 수요를 채워줄 공급자가 있을 때 동작하고 지속됩니다. 따라서 유튜브의 성장은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기능과 역할이 다른 경쟁 플랫폼들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때까지만 가능합니다.

여기서, 영상 콘텐츠와 공급 채널이 아무리 증가해도 사람들이 영상 콘텐츠 ‘소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된 자원’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미디어에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깨어있는 시간의 일부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영상 콘텐츠 소비 시간 또한 총량이 제한된 자원입니다. 이 말은 곧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플랫폼과 채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지금 당장은 유튜브가 콘텐츠 확보량과, 수익화 시스템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워치(페이스북),  IGTV(인스타그램), 트위치(아마존), 틱톡(중국 도우인) 등 새로운 동영상 미디어 플랫폼들 또한 시장을 넓히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쏟아붓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영화 채널들 역시 온라인 공략에 나서고 있고, 네이버TV나 카카오TV 같은 토종 채널도 멍하니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지요.

▪ 직업으로서 유튜버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동영상 플랫폼들 간에 경쟁이 심화될수록 독점적인 쏠림 현상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수익화 도구’로서 유튜브는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 ‘생계벌이’ 수단이 될 수 있을지도 한번 같이 짚어 볼까요?

대한민국 최상위 1% 유튜버들의 구독자 현황과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앞으로 이 숫자는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까요?

유튜브 채널 구독자현황

[그림] 국내 인기 유튜브 채널 수(2017년 기준)
#자료 출처:소셜블레이드  https://socialblade.com/  (2018년 통계 확인 업데이트 필요)
#그림 출처: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42356171 (한국경제, 2019.4.24 기사중)

위의 도표는 2015년 이래 최근 수년 간 국내 유튜브 채널들의 구독자수 성장 추이를 보여주는 도표입니다. 2017년 현재 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곳이 90개, 10만명 이상을 보유한 채널이 1275개에 달합니다. 매년 2배씩 성장해온 추세에 작년 한 해 유튜브 급증 추세를 감안하면 2018년에도 거의 2배 가까이 더 성장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의 구독자 수 및 조회수를 집계하여 순위는 물론 예상 광고 수익까지 알려주고 있는 socialblade.com을 방문해보면 국내 유튜브 채널들의 실시간 순위와 구독자 현황도 볼 수 있습니다. 기업 채널과 개인 채널이 섞여 있는데, 2019년 4월말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채널이 약 190개로 2017년 대비 2배 이상입니다.  250위 언저리에 올라 있는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80만 명이 넘습니다. (상위 채널의 다수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나 방송사들이 개설하여 운영하는 채널이고 개인들이 운영하는 채널은 절반 이하에 불과합니다.)
https://socialblade.com/유튜브/top/country/kr/mostsubscribed

100만명 이상 채널의 성장율을 그대로 적용해볼 경우 10만명 이상 구독자를 거느린 채널의 수는 약 3천 개를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10만 명의 구독자로 얻을 수 있는 유튜브 광고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유튜버 수입, 10만명 구독자라야 한 달에 1~2백만원

유튜브의 두드러진 장점은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팬들과 솔직하게 교류하는 데서 오는 진정성입니다. 때문에,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해서 얼마의 수익을 올리는지도 솔직하게 공개하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유튜브 구독자수 10만명 수익”을 입력하고 찾아보면 여러 유튜버들이 자신의 실제 수익을 공개한 영상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살펴보면 구독자 3~4만명 수준일 때 한 달에 대략 50만원대, 10만명 수준일 때 보통 150~200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구독자 수만이 아니라, 노출되는 광고의 카테고리와 종류, 업종, 지역, 조회수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구독자 몇 명이면 얼마’라고 단정짓기 어렵지요. 추정해보면, 2019년 현재 월 150~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내는 국내 유튜브 채널의 수는 3천 개 미만일 것으로 보입니다. (절반 이상이 기업 채널이란 점을 고려하면 개인 채널은 그 절반 이하로 봐야 할 거고요.)

2018년 3월에 발표된 한 연구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동영상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제작 및 채널 운영을 지원하면서 유튜브 광고 유치 수익을 배분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국내 사업자 수는 2016년 현재 약 100여 개이고, 여기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수는 약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MCN 브랜디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자료 참고)

이 자료에 따르면 전업 크리에이터는 1,875명이고, 그 중에서 다이아TV 소속 상위 5% 크리에이터의 월 수입은 평균 910만원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2017년 기준 다이아TV 소속 크리에이터 수가 약 1300명 정도라고 하니, 5%면 65명 수준입니다. 지난 1년여 동안 이 숫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가정해도 월 수입 1천만 원 가량을 벌 수 있는 개인 크리에이터의 수는 130~150명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됩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각 채널이 얼마의 광고 수익을 올리는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자료를 뽑는 건 어렵습니다. 위에 든 자료들을 기초로 어림잡아 추정해 보자면, 국내 유튜브 채널 중 2500~3000곳 정도가 월 수입 1~2백만원, 상위 150명 가량이 1천만원 정도를 얻는다고 보면 얼추 맞을 듯싶습니다.

지난 해 유튜브 소비시간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에 힘 입어 크리에이터 지망생과 전업자가 급증하여 2배로 늘었다고 넉넉히 늘려잡아도 2만명의 150명이면 전체의 1% 미만입니다. 물론 이 숫자도 기대치에 따라서 많다면 많은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유튜버 상위 1%에 속하면 억대로 번다’는 뻥튀기성 기사들은 믿을 게 못된다는 것만큼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 수입이 아니라 연간 수입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고, 또한 상위 1~5%라 하더라도 다시 그 안에서 상하위간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평균치로 환산한 값은 곧이곧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 유튜버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들과 미래 과제들

결국 시간 문제일 뿐, 유튜브도 극에 달하는 시점이 곧 올 겁니다. 콘텐츠 성장에 한계가 올 수도 있고, 수익 모델에 한계가 올 수도 있습니다. 가짜뉴스나 혐오 콘텐츠 등에 대한 관리 문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계치에 이르기까지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현재로서 예단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하지만 끝이 없을 것처럼 성장하던 페이스북도 23억 명에 이르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체류시간이 줄고 있습니다. 유튜브 사용자 역시 이미 20억 명을 넘기는 시점입니다.

제한된 인구가 제한된 시간을 사용하는 이상, 유튜브도 언제까지 성장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시청자의 소비 가능 시간에 한계가 있는 한, 경쟁하는 채널의 수가 많아지면 어느 순간부터는 ‘시장 포화’에 이르고, ‘제로썸 게임’이 시작됩니다. 다시 말해 유튜브 소비량의 한계점에 다다르면 제한된 소비 시간을 두고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무한 경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큰 욕심 없이 취미 삼아 즐겁게 할 거라면 몰라도, 특별한 콘텐츠도 없이 남들 성공담만 믿고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 생계를 해결하겠다는 순진한 마음으로 ‘전업용’ 채널을 개설하는 것은 심각히 재고해보세요. 지금도 유튜브 채널 중에서 수익다운 수익을 내는 곳들은 거의 다 해외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영어권 채널들입니다. 한글권을 상대로 하는 채널들의 경우 게임 해설이나 먹방 등 일부 테마들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더 이상 구독자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채널 운영을 포기하거나 테마 갈아타기를 하는 유튜버들이 많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성공을 꿈꾸는 분들은 이같은 시장 현실을 냉철히 생각하고 신중히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이 최고의 마케팅 도구’로 등장했다는 사실 만큼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동영상 파일은 어느 플랫폼이든 올려서 공개하고 널리 전파시켜야만 실질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유튜브는 최고의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굳혔습니다. 따라서  생계 목적으로 유튜버를 꿈꾸는 분들이 아니라면, 유튜브를 새로운 마케팅 도구로 인식하고 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시점입니다.